[스크랩] 매경기사-디지털소비자연구원 1월세미나
“AI가 지갑 열고 10원씩 결제한다”… 돈이 잠들지 않는 시대가 온다
“소액결제 막힌 레거시 금융, 블록체인이 돌파구”
RWA·스테이블코인 유동성에 주목…“잠자는 돈 깨워야 경제 활력”
“韓 예금토큰, ‘내수용’ 전락 우려…국경 넘는 ‘USDC’ 배워야”

“사람은 잠을 자야 하지만, 돈은 잠들면 안 됩니다. 앞으로 다가올 ‘에이전트 경제’ 시대에는 AI가 사람 대신 지갑을 열게 될 것입니다.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바로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입니다.”
29일 디지털소비자연구원(원장 문정숙)이 주최한 특별 세미나에서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은 ‘다가올 미래 금융의 키워드’를 주제로 강단에 섰다.
김 학회장은 이날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인한 금융 환경의 변화, 마이크로 페이먼트(초소액 결제)의 부상, 그리고 RWA(실물연계자산) 시장의 팽창을 언급하며 한국 금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김 학회장은 미래 금융의 핵심으로 ‘개인 맞춤형 금융’과 ‘마이크로 페이먼트’를 꼽았다. 그는 “기존 신용카드나 페이팔 같은 레거시 금융 시스템에서는 기본 수수료 구조 때문에 10원, 20원 단위의 초소액 결제가 경제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트랜잭션 비용이 송금액보다 커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 때문이다.
그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블록체인을 제시했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정산 시점을 조절하거나, 프로그래밍 가능한 화폐(Programmable Money)를 통해 건당 수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학회장은 “AI 에이전트들이 서로 데이터를 사고팔며 실시간으로 소액을 주고받는 세상이 오고 있다”며 “돈이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게 만드는 것이 미래 금융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월가의 화두인 RWA(실물연계자산)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도 이어졌다. 김 학회장은 블랙록의 ‘비들(BUIDL)’과 온도파이낸스의 ‘USDY’ 등 미국 국채 기반 토큰들을 언급하며 “단순히 토큰화했다는 사실보다 ‘돈이 얼마나 빨리 도는가(유동성)’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화(M0)는 발행량 대비 회전율이 극히 낮아 사실상 ‘잠자는 돈’에 가깝지만, USDT나 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발행량 대비 유통 속도가 2~3배에 달할 정도로 일을 열심히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재의 국채 기반 토큰들(USDY 등)은 이자가 붙는 대신 유동성이 낮아 결제 수단보다는 ‘담보 자산’이나 ‘저축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예금 토큰 모델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 학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은 국경을 초월한 자유로운 이동에 있는데, 현재 논의되는 한국형 예금 토큰은 국내용으로만 한정되거나 송금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본의 JPYC나 미국의 USDC가 글로벌 표준을 지향하며 국경을 넘나드는 동안, 한국만 ‘내수용 블록체인’에 갇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학회장은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만 가봐도 한국 금융기관들이 영토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금융 당국이 규제라는 이름으로 혁신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업비트와 코다(KODA)의 사례를 들며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 시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기관들이 안심하고 코인을 맡길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블랙록 같은 거대 자본의 시장 진입이 가능해진다”며 인프라 시장 선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기존 PG(결제대행사)사의 역할을 블록체인이 대체하면서 발생하는 효율성과,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규제 허들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